아이패드가 불러올 음울한 미래


iPad에 대한 기대와 흠잡기로 가득한 요즘 세상. 정말 불쌍한게 IT 트렌드 세터인 척하는 미디어들 대부분이 소프트웨어나 웹서비스에는 별 관심이 없고(그 트렌드를 못 읽는 거겠지), 하드웨어가 나와야,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아직 오지 않는다 그 시대!' 이지랄들이라는 거지. 

저래놓고 전문가, 전문지, 전문기자라는 직함으로 밥 벌어 먹고 살 수 있으니 그들을 읽는 독자들, 즉 네티즌의 수준이라는 것도 참 거기서 거기인가 보다.

iPad가 iPhone에서 나온게 아니라 오히려 iPhone이 iPad에서 나온 물건이라.. 그래서 그런지 키노트에서 스티브 잡스는 '수 년 전부터~' 해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볼 때는 헷갈렸었는데, 그 궁금증이 이제사 풀리게 되었다.

아무튼, 아이폰이든 아이패드이든,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스마트한 물건보다 매뉴얼과 크게 씨름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그만큼 그 작동 원리에 대해서는 애플의 기술력에 일임하면 되는 것이다. 

어느 총기용 광학기구 광고에서 나온 문구 처럼, 

We've done the science, you pull the trigger.

Apple do the science, you touch the screen.


이런 사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그런 연유로 빅히트(촌스러운 표현이다)를 치고 있는 애플 제품이 드디어 윈도우와 PC의 세상인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그래서, 허황된 상상일 순 있겠지만, 점점 전자제품이나 기계제품의 작동 원리를 소비자가 이해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제품을 제작하는데 정밀한 환경이 필요한 시대가 오면, 어떻게 될까?

일단 디지털 시대가 된 이 마당에 처음 맞닥드린 부작용이 바로 '디지털 암흑시대'인듯 하다. 자세한건 링크된 위키피디아를 보면 되겠지만, 요는 디지털 매체의 발전이 가속화 됨에 따라, 초창기 매체에 기록된 디지털 자료를 읽어 올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을 보면 베타 비디오를 플레이 하기 위해 박물관에 가는 에피소드처럼, 이제는 웬만해서는 플로피 디스크에 저장된 자료를 읽을 장치가 없어지고 있다는 거다. 끊임없는 백업이 필요한데, 현대 사회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엄청나게 많은 자료가 생산되고 방치 되어져가는 바람에 먼지 쌓인 책상 구석에 있는 '야사'나 '야설'이 든 플로피 디스크는 CD나 DVD, 아니면 HDD에 옮겨질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거다.

이야기가 좀 벗어 났는데, 위키피디아에서 예로 든 걸로는 화성탐사선 바이킹이 1976년에 화성에서 수집하여 기록한 자기 테이프를 이제는 읽을 수 없었던 사례를 들고 있다. 알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그것을 만든 프로그래머들이 죽거나 나사를 떠나버려서 해석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스페이스 카우보이가 생각나네).

사실 이건 '아직'까지 수준 높은 기술적 문제이고, 일상생활에서는 와닿지 않는 이야기다. 그건 놀라운 기술들이 상용화 되지만, 여전히 그런 기술들이 '인지적'이고 '즉응적'이지 않다는, 기술의 불완전함이 인간성이 기술에 먹히는 걸 막아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 완전히 완성된 궁극적인 기술이 등장하면 어떻게 될까? 유명한 보드게임인 '워해머 40,000'에 보면 인간제국이 겪었던 시대가 하나 나온다. 바로 '기술의 암흑시대'이다. 

이 시대는 우리가 생각하는 기술과 문명이 쇠퇴한 시기가 아닌, 기술이 너무나 발전한 시대라고 한다. 기술이 인간의 모든 것을 해결해준 시대이며, 그 기술력자체가 워낙 뛰어났던 시대라고 한다. 그래서 그 게임 세계관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저 시대의 기술을 발굴해내는 게 오히려 더 나은 결과가 나온다는 설정이다.

i...로 대변되는 기술이 저런 세상을 불러오지 않을까? 좀더 먼 미래에 말이다. 더이상 기계 내부에 돌아가는 원리를 이해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그런 때가 오지 않을까?

복잡한 전용의 입력기구가 필요 없이 손가락만으로 컴퓨터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컨셉. 인간이 스스로 편해지기 위해 만드는 기술력의 끝은 어디이며, 과연 인간은 언제나 그 기술의 위에 서 있을 수 있을까?

19세기초의 미국은 기술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고 한다. 전신은 뭐고, 기선은 어떤 것이며, 기차는 무슨 원리로 움직일 수 있는가? 거대한 전자/전기/기계 기술은 그전까지 자급자족하던 인간 생활을 송두리째 바꾸면서 그에 대한 공포를 심어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21세기의 지금은 기술에 대한 공포를 가지는 이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나 자신도 기술의 발전에 공포심은 커녕 언제나 긍정적으로 대해 왔다.

테크놀러지가 하이er하면 하이er 할수록, 오히려 그게 '기술'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 



요즘 자주 보는 한마디가 생각난다. 


"인간은 사일런을 만들었다."


덧글

  • 희망의빛™ 2010/11/06 21:44 #

    미래엔 정말 IT 기기들을 이용할 줄만 알았지 그 내부구조엔 무식한 기술치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죠. 확실합니다.
  • googler 2010/11/12 05:19 #

    혹시 그런 메뉴얼을 설명해주고 돈 버는 직업도 생기지 않을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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